일반상식에 부합하는 재판(강릉지원장 이환승)
이재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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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27

뉴스홈 >> 오피니언 >> 오피니언 종합 2012-10-17

[법정에서 만난 세상]일반상식에 부합하는 재판

이환승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장

판사의 본업은 두말할 것도 없이 재판이다. 재판이 본업인 법관은 누구보다도 현명하게 판단을 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현명한 판단'이라는 말을 `상식에 부합하는 판단'이라는 말로 바꾸어볼 수도 있을 것인데, 막상 구체적인 사건에 들어가 보면 과연 무엇이 `상식에 부합하는 판단'인지, 내가 `상식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 것인지 도무지 분간이 안 갈 때도 있다.


미국, 영국 등 몇몇 나라에서는 배심재판제도가 사법제도에 뿌리 깊이 정착해 있다. 법률가를 배제하고 일반 시민들이 배심원단을 구성하여 증인의 증언 등을 들은 후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권한을 가진다. 그야말로 `일반인의 상식에 따른' 판단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배심제야말로 오랜 경험에 기초한 서구사회 지혜의 산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약간 취지를 달리하여 `국민의 사법참여'라는 관점에서 배심제도 또는 참심제 도입이 검토되었다. 그 결과 현재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국의 지방법원 본원 단위로 국민참여재판이 시행되고 있고, 향후 그 시행경과에 따라 우리나라에 가장 적합한 국민참여재판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미국으로 국비해외연수를 갔을 때 법원에서 배심재판을 직접 방청할 기회가 있었다. 한 흑인청년이 또 다른 흑인청년(피고인과 피해자는 서로 소속을 달리하기는 하지만 모두 흑인갱단의 단원이었다)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었다. 피고인과 같은 마을에 사는 두 명의 흑인소녀와 한 명의 흑인여성이 나와서 피고인이 길거리에서 피해자를 총으로 쏘아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하였다고 증언하였다. 변호인은 증인들에게 당시의 세세한 사항에 관해서 반대신문을 하면서 증언의 모순점을 밝히려고 하였다. 필자는 변호인의 말을 모두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변호인이 꼬투리를 잡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배심원의 평의 결과는 내 생각과 반대로 무죄평결이 내려졌다.


평결 후에 담당판사의 말이 지금도 기억난다. “세 여자가 특별히 위증을 할 만한 이유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피고인이 유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렇게 내 생각과 다른 평결이 나오는 경우에는, 내가 법률을 다루는 세계에 너무 깊이 들어와 있어 행여나 이미 일반인들의 평균적인 감각이나 상식과 동떨어진 사고를 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고 하였다. 판사의 겸허한 발언도 인상 깊었지만, 그보다 배심제도가 사회 내에 깊이 뿌리 내려 신뢰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위 사례에서 피고인이 유죄인지 무죄인지는 오직 피고인 본인과 신(神)만이 알 것이다. 그러나 배심원이 모여 사건 관계인들의 진술을 모두 청취하고 상식에 기초한 토론을 통하여 내린 결론에 모두가 수긍하는 것이다.


법관들은 `상식에 부합하는 재판'을 하고자 참 많은 고민을 한다. 그러나 재판과정에 대해서는 다소 소홀했던 게 사실이다. 재판과정이 `상식에 부합해야' 당사자로부터 수긍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좀 더 명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배심재판이 판사가 심리하여 판결하는 재판보다 우수하다는 명백한 증거는 없다. 결국 문제는 신뢰이다. 국민에게 사법절차가 공평무사하게 기능하고 있다는 신뢰가 쌓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법원은 신뢰를 쌓기 위해 오늘도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모쪼록 우리 지역 주민들도 기회가 닿으면 사법절차에도 직접 참여하고, 우리 법원과 법원 구성원들을 격려하는 마음으로 지켜봐 주길 바란다.

강원일보 2012.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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