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스캠 아티스트)

사기란 상대방을 속여서 돈이나 재물을 편취하는 것이다. 진정한 사기꾼은 상대방이 사기를 당하는 줄도 모르게 사기를 친다. 사기를 당하고도 당한 줄 모르고, 사기친 사람에 대한 신뢰를 그대로 가지고 있다면 진정한 사기꾼일 것이다. 영어로 사기꾼을 스캠 아티스트(scam artist)라고 한다. 미국의 속어이기는 하지만 아름다운 표현이다. 아티스트란 예술가를 의미하는데 사기를 치는 예술가라니 얼마나 아름다운 표현인가. 잠시 망상에 빠져 사기꾼을 미화해 보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사기꾼 때문에 재산을 탕진하거나 이혼을 당하고 자살까지 하는 사람도 있다. 분해서 잠을 못 이루는 것은 다반사이다.

 전에 상담했던 내용이 생각난다. 배송을 전담하는 회사의 차량이 수익이 좋다고 하여 매수했는데 며칠 뒤 배송이 취소되었다는 것이다. 회사의 배송물량을 전담하는 차량을 인수하면 고정적이 수입이 들어온다. 이런 권리를 프리미엄이나 권리금으로 주고 사는 경우가 있다. 물론 물건의 배송을 맡기는 회사에서는 계약기간이 끝나거나 중간에 배송차량을 바꿀 수도 있다. 프리미엄을 주고 샀다고 하더라도 회사에선 이를 인정해 주지 않을 것이다.

 권리금을 주고 차량가격보다 비싸게 차량을 매수했고 걱정이 되어 혹시 배송물량이 취소되면 어떻게 하냐고 했더니 여태 운송했는데 문제가 있겠냐면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막상 차량을 매수하자마자 며칠 지나지 않아 회사의 배송물량이 취소되었다. 매도인에게 권리금을 돌려달라고 하자 매도인은 “내가 운전할 때는 아무 문제 없었어요. 차량을 판 이후 사정은 나는 몰라요”라고 말했다.

 계약당시 매도인이 “향후 최소 2년간 회사의 배송물량이 보장되도록 책임을 지겠다. 중간에 배송물량이 취소되는 경우에는 남은 기간만큼 비율로 권리금을 반환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문제해결이 쉽게 될 것이다.

 이런 약속이 없다고 하더라도 매도당시 앞으로 회사의 배송물량도 늘어나면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을 테니 차를 사라. 수입도 괜찮아 계속 하고 싶지만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어쩔 수 없이 파는 것이다. 라고 말을 한 경우에는 어떨까. 매도한 사람이 회사의 방침을 미리 알고 있었던 경우에는 기망에 의한 사기죄가 될 수 있다. 이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계약을 할 때 주변의 자문과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글 이재구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