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자동차, 디즈니월드를 만든 제도(파산, 면책제도)

지난 글에서 파산과 면책에 대하여 소개한 바 있습니다. 파산이란 빚더미에 올라 앉은 사람이 만세를 부르고 빚잔치를 한 다음 모든 빚을 면책받아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영화 ‘레인메이커’의 주인공 루디 베일러는 법대를 졸업하지만 온갖 빚으로 쩔쩔매다 결국 하숙집에서도 쫓겨납니다. 그러나 그는 파산을 신청하고 변호사 생활을 시작해 이후 약자를 돕는 전문가로 성장해갑니다. 외국에서는 파산신청자가 변호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낯선  현상이 아닙니다.

포드 자동차, 디즈니월드, 허쉬 초콜릿 그리고 영화배우 킴 베이싱어의 공통점은 “그들 모두 파산을 신청해 면책받아 재기에 성공했고 인류에게 부와 문화유산을 남긴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파산 및 면책제도는 성실하지만 불운한 채무자로서 면책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행동을 한 채무자만 이용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허쉬는 자신이 운영하던 사탕제조회사가 두번이나 파산했지만 1903년 펜실베이니아에서 허쉬 밀크 초콜릿바를 생산해 재기에 성공했고, 하인츠도 오이 피클, 식초 등을 만드는 회사를 운영하다가 1875년 파산신청을 했지만 좌절하지 않고 케첩이라는 신제품을 만들어내 지금까지도 우리의 식탁에 오르게 했습니다. 킴 베이싱어는 영화에 출연해 번 2000만달러를 조지아주 토지사업에 투자했다가 날려 파산신청을 했지만 지난 97년 영화 `LA컨피덴셜`로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재기했고, 심야토크쇼 사회자로 널리 알려진 래리킹도 지난 78년 35만달러의 빚을 갚지 못해 파산신청을 한 후 방송사에 고용돼 라디요 심야토크쇼 사회를 맡아 재기하면서 현재 유명한 래리킹 라이브 프로그램 진행자가 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역시 1992년 카지노 사업에 실패해 파산신청을 한 뒤 2004년 두번째 파산신청을 했습니다. 그는 2005년 봄 사업을 재건해 재기의 명수라는 칭호를 얻기도 했습니다.

이에 비해 면책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부모 또는 자신의 가난으로 빚에 쫓겨 옥바라지를 하거나 죽음에 이르기까지 빚을 갚기 위해 글을 쓰다가 생을 마감한 소설가 다니엘 데포우, 찰스 디킨스, 율리시스 그랜트도 있습니다.

최근에 개인파산을 신청하여 남용하는 사례가 신문에 보도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역기능은 언제나 있게 마련입니다. 파산제도는 좌절한 사람들에게는 재기에 성공해 어려웠던 시절의 고통을 잊지 않고 그 아픔을 함께 나누는  종교와도 같습니다. 파산교(?)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을 교리로 삼고 있는 종교(?)와도 같습니다.

 파산을 채무를 회피하는 데 악용하지 않고 사회에서도 수치스러운 제도로 생각하지 않는 다면 파산, 면책 제도는 더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잘 활용하면 사회에 부와 문화유산을 다시 가져다 주는 좋은 제도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