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계절이 돌아왔다.
판사로 재직할
때 가족들과 같이 미국의 옐로스톤을 여행했던 기억이 난다.
공원은 220만 에이커의 넓은 공원이고 옐로스톤의
입구에서 남쪽의 그랜드 빌리지까지도 약 30마일 이상을 1시간 반이상 가야
한다.
6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묵을 수 있는
올드 페이스 풀 인은 통나무로 지어진 대규모 호텔이다.
당시
5월이었는데 갑자기 폭설이 내려 많은
예약자들이 오지 못하는 바람에 위 호텔에 묵게 되었다.
가이저(간헐천)이 수도 없이 분출하고 있는데 제일
높게 솟구치는 올드 페이스 풀도 장관이지만 작은 가이저인 Vixen과 같이 깜찍한 것도 많이
있다.
가장
인상깊었던 가이저는 에키너스(Echinus,
성게)
가이저였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는데 커다란
연못처럼 생긴 곳이었다.
가운데 차오른
물은 깊이가 얼마나 깊은지 검푸른 빛이 나고 있었고 김이 올라오면서 중앙 부분에 거품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연못 주변에
설치한 데크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곧 분출할 것이라고 했다.
초등학생이던 딸과 유치원 다니는
아들,
처 모두
기다렸다고 분출을 보고 싶다고 하였고,
다른 일정을
미루고 기다리기로 합의하였다.
옆에 앉아
있는 일행은 곧(any
time) 분출할 것이라고 했기 때문에 기다린
것인데 한 시간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가기 전부터 앉아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30분이 지나도 소식이
없었다.
공원에서 붙여 놓은 안내문을 보니
1시간에서 75분 간격으로 분출한다고 되어
있었다.
1시간 정도
물이 차 오르고 분출 직전에는 서서히 물이 끓기 시작하다가 심하게 끓으면 분출 직전임을 알 수 있다고 했는데 우리가 갔을 때에 이미 가운데
부분에 거품이 일고 있었기 때문에 곧 분출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계속 30분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어서 계속
기다리는 것을 포기하고 차로 돌아왔다.
다음 날 고원 여행을 하다가 다시 위
지역을 다시 통과하게 되었다.
처와
아이들에게 에키너스를 다시 보러가자고 했더니 모두 좋다고 했다.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물이 거의
차올라 있었고 사람들이 any
time이라고
했다.
그런데
1시간을 기다렸는데도 어제와
같았다.
중간에
기다리다가 가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러는 중에
딸과 아들이 서로 티격 태격하였다.
그래서
1-20분은 괜찮겠지 하면서 딸을 데리고
깜찍하고 자주 분출하는 vixen
가이저를 다시
보여주러 갔다.
약
500미터 거리를 걸어 갔다 돌아오는데
사람들이 돌아가는 것이 보였다.
급히 달려가
보았지만 이미 분출은 끝나고 반 쯤 밖에 남지 않은 가이저에서 뿌연 김이 차올라오는 것만 보였다.
아들 녀석이
딸에게 ‘you
missed it'하면서 약을
올렸다.
딸이 눈물을
참지 못하고 동생 때문에 다투다가 못 보았다면서 억울해 하였다.
아들과 처에게
너무 멋있다고 했다.
사람들이
분출할 때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고 한다.
가이저는 두 종류가
있다.
Pool 형과
Corn
형이다.
풀형은 연못과
같이 물이 있는 곳에서 분출하고 콘형은 굴뚝처럼 구명으로 그냥 스팀과 뜨거운 온천물이 솟는 것이다.
연못에서 솟는
것은 물결이 쳐 나오는 것이 또 다른 볼 거리이다.
나도 못 본 것이 못내
아쉬웠다.
어제도 못
보았는데 오늘 또 못 보다니.
이미 오전을
기다리다 시간을 다 보냈고 아직도 넓디 넓은 공원에서 봐야 할 것도 많은데 어떻게 할 것인지 망설여졌다.
딸은 꼭
보아야 한다고 하면서 울먹였다.
선택의 순간에서 얼마나 있어야 다시
분출할지는 모르지만 혹시 모르니 약 30분 주위를 돌아보면서 상황을 보기로
했다.
그 옆에는
puff
and sniff, green dragon이라는 가이저도
있었다.
이러한
가이저는 분출은 하지 않고 김을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내뿜기도 하고 물을 튀기기도 한다.
이러한
가이저들은 항상 똑같은 모습으로 있는 것이 아니다.
분출을 멈추고
죽어가기도 하고 더 요란한 소리를 내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크게 분출하기도 한다.
인간이 만든 프로그램에 의해 일정한
것을 보여주지 않고 땅속에서 일어나는 왕성한 대륙의 지각 변동에 의하여 새로 가이저가 생기거나 위치가 옮겨지고 어제와 오늘이 그 내뿜는 모습이
사뭇 달라진다.
같은 곳을 두
번 가면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된다.
다시
30분 있다가 에키너스에 가보니 아직
물이 차지도 않았다.
아까 한 시간
기다리기 전보다도 훨씬 양이 적게 차올라 있었다.
실망한 딸을
데리고 다시 주차장으로 갔다.
이미 점심
때가 되어 간단히 샌드위치로 요기를 하고 어떻게 할지 정하기로 했는데 딸과 나는 무조건 다시 보아야 한다고 했고 처와 아들도 또 보는데
찬성하였다.
이때부터 가족들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보채지도 않고
아예 느긋하게 끝까지 기다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딸은 아예
책을 준비하여 가지고 갔다.
에키너스 앞에
설치된 관람석 중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앉아서 책을 읽고 나도 가이저에 대한 안내 책자를 읽었다.
이곳의 비지터
센터에 가서 본 책에 의하면 에키너스 가이저의 분출 주기는 1시간에서 4시간으로 되어
있었다.
가이저 앞에
설치된 안내판이 75분으로 적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1시간 반이 지나도 솟아오르지 않으면
기다리다가 돌아가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무조건 끝까지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다.
옆에 앉은 미국인 모녀에게 우리가 왜
또 왔는지,
딸이 왜 책을
들고 와서 읽는지를 이야기 했다.
중간에 역시
많은 사람들이 와서 보다가 지나가기도 하고 조금 기다리다가 가기도 했다.
이들은 우리의
사정을 모를 것이다.
30분 쯤
지나니 물이 제법 차 올랐다.
1시간 쯤
지나니 물이 꽉 차올랐고 넘쳐 흘러가기 시작했다.
오전에 우리가
갔을 때의 상황과 비슷한 정도였다.
약
30분이 지나자 무언가 곧 솟아오를 것
같은 느낌이 왔지만 벌써 몇 사람들이 상황을 잘 모르고 그냥 돌아가는 것도 보였다.
처의 말에
의하면 솟아오르기 전에 심하게 끓는 것이 아니고 순식간이라고 했고,
가운에 말고
다른 부위에서도 끓어오르다가 갑자기 솟아오른다고 했다.
어쨌든 우리는
끝까지 앉아서 기다리기로 했으니 조바심은 없었다.
반대편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가려고 했다.
이들은
우리보다도 먼저 와서 기다리던 사람들이니 약 1시간 30분 이상은 족히 기다린
사람들이다.
내가 보기에는 정말
any
time 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들이 막
가이저을 벗어나려고 하는 순간 분출이 시작되었다.
사람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그들이 다시 돌아섰다.
옆에 앉은
모녀는 가이저가 “참을성이 없는 사람들이 다 돌아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터지는 것이고,
이들이 떠나는
시점이 바로 분출하는 때”라고 흥분해서
말했다.
약
5-8분 정도 감격적인 분출을
보았다.
사진을
찍었지만 분출할 때 생기는 엄청난 수증기가 심하게 날라와 카메라 렌즈가 오염되어 버렸다.
울컥하고
뜨거운 용암물 약 5미터에서 10미터 정도 솟아오르면 잠시 후 그
파장으로 풀의 주변에 파도가 치듯이 물결이 밀려나온다.
정말
장관이었다.
조그맣게
솟아올라서 끝났나 싶었는데 다시 크게 올라왔다.
아들과 처가 직전에 보았던 것에
비하여 훨씬 오래 지속되고 분출량도 많았다고 했다.
자연은 미리
각본을 짜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니 같은 가이저라고 하더라도 볼 때마다 모습이 다르고 분출 시기도 다른 것이다.
처도 다시
보기를 잘했다고 했고,
딸과 아들은
손을 마주치면서 좋아했다.
가족들은 그 여행에서 정말 추억에
남을 장면을 보았고 인생의 교훈도 얻었다.
아이들에게
오래 참고 기다리면 그에 대한 보답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 것이다.
비록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그곳에서 보낸 시간이 거의 한 나절 반이나 되었지만 그곳을 벗어나면서 모두 흥분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가이저는 그냥
아무 때나 우리가 원할 때 솟아 올라주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예측할 수 없을 때 우리의 인내심이 한계를 극복했을 때 비로소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후 가족들은 다시 방문자 센터에
가서 가이저들에 대한 사진과 설명을 수록한 책을 찾아 구입하여 읽으면서 올드 페이스 풀에서 그냥 지나치면서 보았던 수많은 가이저들을 다시 알게
되었다.
그레이트
파운틴 가이저는 이러한 풀에서 솟는 가이저인데 우리는 이것도 그냥 지나쳤던 것을 알게 되었고,
론 스타
가이저는 콘 타입이지만 3시간의 주기로 솟는데 그 곳으로 가는
트레일 코스와 함께 가장 인기가 좋은 코스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냥
이곳이구나 하고 지나갔던 그랜드 가이저도 하루에 한번은 솟는데 그 높이가 올드 페이스풀 보다도 훨씬 높고 양도 많다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옐로스톤의 수 많은 장관을 목격하고
여행하면서 아름다움과 장관에 감탄을 하였지만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장관이었기 때문이었는지 에키너스에서 오랜 기다림 뒤에 가졌던 감동에 비하면
그리 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