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불명의 화재와 손해배상
이재구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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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1.04

법원에 재직할 때 일이다. 임차인이 집 주인을 상대로 보증금 1천만 원을 돌려달라는 소장을 냈더니 집 주인은 오히려 임차인 때문에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6천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반소로 제기하였다. 건물 임대 중 임차인의 관리소홀로 건물에 화재가 났기 때문에 임차인이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집 주인은 임차인이 보증금 반환청구를 포기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겠지만 계속 보증금 반환을 요구하면 손해액 전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재 원인을 조사한 경찰은 원인불명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공작물에 대한 하자의 존재에 관한 입증책임은 피해자에게 있으나, 일단 점유물의 관리상 하자가 인정되는 이상 그 하자가 불가항력에 의한 것이거나 손해의 방지에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을 주장·입증하여야 비로소 그 책임을 면할 수 있다.
임차인이 평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알 수 있었을 화재의 발생위험이 있었다면 임차인이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책임을 져야 한다. 임차 건물에서 불이 난 경우 화재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그것이 공작물의 대한 관리상이 하자에 기인한 것인지를 알 수 없는 경우가 있다.
판례는 다른 집은 멀쩡한데 한 집의 지붕만이 날아갔다면 이는 건물의 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 것이 있고, 화재의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 화재의 확대방지조치를 취하지 않아 옆집으로 불이 옮겨 붙은 경우에도 역시 건물의 설치, 보존상의 하자가 있다고 한 것이 있다.
화재의 원인 중 많은 것이 전기 누전이다. 전기배선의 이상으로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는 누구의 책임일까? 발화부위인 전기배선이 건물의 내부에 있어 임차인이 이를 알 수 없었다면 임차인은 책임이 없고, 하자를 유지, 관리할 책임이 있는 임대인에게 책임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옆 건물의 화재로 인하여 불이 옮겨 붙어 화재가 발생한 경우에도 임차인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위 사건에서는 화재의 원인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점유자가 어떤 책임이 있는지 밝히기가 어려운 사건이었다.
어쨌든 소실된 건물 가격이 6천만 원이었는데 보증금은 고작 1,000만원밖에 되지 않으므로 임차인으로서는 건물의 하자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관리소홀로 화재가 난 것인지 재판에서 장시간 다투어야 하는 상황이 되자 보증금반환청구를 포기하고 말았다. 
위 사건의 경우 만약 건물의 하자로 불이 났다면 임차인이 입은 손해를 오히려 건물 주인이 배상해 주어야 한다. 집주인은 건물을 사용할 수 없을 만큼 하자가 있다거나 대규모의 수선이 필요한 경우에는 보수해 줄 의무가 있지만 벽지 교체, 깨진 창문의 수선, 문틈의 수선과 같은 사소한 수선은 임차인의 책임이므로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우선 밝혀야 한다. 연탄가스 중독의 경우 방문 틈이 벌어진 것과 같은 하자는 임차인이 통상의 수리를 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임대인은 책임이 없다고 한 사례가 있고, 방바닥이 여러군데 틈이 나 있고 임차인도 두 번이나 가스 때문에 죽을 뻔 했으니 고쳐달라고 하는 요구를 했으나 임대인이 묵살한 경우 임대인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있다.

글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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