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할 수 없는 세대차이
이재구변호사
1,721
18.10.24

남북 정상회담이 열리고 난 후 시골 어머니에게 갔다.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크실 줄 알았는데 어머니는 다른 걱정을 하시는 것이었다. 통일이 되면 가난하고 거친 북한 사람들이 남쪽으로 몰려와서 우리를 해코지를 할까 두렵다는 것이다. 어머니는 전에는 6.25때 북으로 간 오빠가 살아 있을까 걱정하시던 분이 왜 그런 생각을 하시게 된 것일까?

구세대인 어머니조차도 동족과 문화에 대한 동질감보다는 현재의 안정된 생활에 대한 변화를 두려워하게 된 것 같았다. 이러한 세대, 문화, 생각의 괴리는 우리 사회 내부에도 심각하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로 있는 김난도 교수는 2007년부터 매년 소비자 트렌드를 분석해 오고 있는 분이다. 김난도 교수가 자신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자신은 트렌드를 분석하는 전문가인데 자신조차도 아들과는 대화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신은 샴푸를 쓰다가 더 이상 나오지 않으면 물을 부어 몇 번 헹구어 쓰고, 비누가 쓰다가 남으면 여러 개를 모아서 끝까지 사용하려고 하는데 아들은 그냥 버리고 새것을 뜯어서 쓴다는 것이다. 아무리 얘기해도 아들은 그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물론 아버지로서의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아들이 그렇게 행동하는 것을 탓할 수도 없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사피엔스’ 책에서는 오늘날은 모든 해가 혁명이라고 할 만큼 변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100년 동안 변해도 큰 차이가 없었지만 지금은 1년만 지나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변화가 일어난다.

50대 이상의 사람들은 어렸을 때 춥고 배고픈 시기를 경험하였을 것이고 신세대들은 태어날 때부터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랐다. 금수저, 은수저가 아니라도 먹고사는데 어려움을 겪은 신세대는 없을 것이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에 태어난 아버지와 2000년 이후 태어난 아들과의 나이 차이는 불과 몇십 년에 불과한데 경제적 삶의 질은 완전히 달라졌다.

며칠 전 연휴에 여수에 휴가를 가서 지인의 가족들과 저녁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그 자녀들과는 인사를 나눈 것 이외에는 아무런 대화도 하지 못했다. 같이 대화하려고 해도 이어폰을 끼고 휴대폰을 듣고 있거나 휴대폰을 하면서 다른 곳에 관심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얘기할 엄두도 낼 수 없었던 것이다. 아이들에게 어른들이 얘기를 하는데 예의바르게 대화에 집중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더욱 불가능한 일이었다.

신세대들의 행동은 기성세대가 이해하기 어렵다.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신세대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신세대는 오프라인에서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억지로 대화를 하고 면서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세상을 즐기고 있을 뿐이다. 모리 히로시는 현대인들이 괴로운 것은 고독해서가 아니라고 했다. 오히려 “고독하지 않아서 괴로운 것이다”라고 했다. 실제 이 작가는 혼자 은둔생활을 하면서 사람을 거의 만나지 않았더니 외롭기는커녕 더 창조적이고 활기가 넘쳤다고 했다.

어쨌든 다른 시대, 다른 환경에서 자란 세대들 사이의 트렌드 차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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