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 피싱
이재구변호사
2,393
18.10.24

나는 변호사로서 하루 종일 의뢰인과의 약속과 상담, 빡빡한 재판일정에 숨 쉴 틈이 없었다.

서울의 모 부동산의 부장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부동산 매물을 보고 문자를 보냈다는 내용이었다. 전화를 했더니 내가 매물로 내 놓은 시내 부동산에 대해 물어본다. 나는 어떻게 서울에서 원주의 매물까지 알아보는지 신기했다.

어쨌든 잘 팔아달라고 하면서 그 동안 대출이자를 내느라 고생만 했지 시세가 오히려 떨어지는 상황이라 급매물로 내놓았다고 설명했다.

 

그 다음 주 다시 전화가 왔다. 매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어 주말에 현장에 내려가 보겠다고 한다. 매물로 내 놓은 가격 이상을 받으면 수수료를 더 줄 수 있는지도 확인하였고, 그 후 몇 달 동안 주기적으로 전화가 왔다.

현장을 가 보았다는 얘기, 주변에 모 백화점이 있고 위치는 좋지만 상권 형성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얘기 등을 했다.

 

얼마 후 매수할 사람이 있다고 연락이 왔다. 매수할 사람과 현장을 같이 가서 보고 왔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 한다고 했다. 그런데 매수인 측에서 시세에 대해 약간 의심을 하는 것 같은데 혹시 최근에 감정평가를 받아놓은 것이 있으면 보여주는 게 좋겠다고 했다. 없으면 급하게라도 주변 감정평가사에게 의뢰해 받아 달라고 하면서 “바쁘시면 제가 아는 감정평가법인이 있는데 바로 감정평가서를 받을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하게 해 줄 수 있다”고 말을 흘린다.

 

알려준 서울 일반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보니 감정평가법인 안내멘트가 나왔고 사업자등록증을 받고 계약금 보내주었다.

다음 날 부동산 부장은 감정평가서를 잘 받았고 계약하기 위해 매수인과 같이 출발하겠다고 했다. 매수인을 바꿔줄테니 가격을 깎아달라고 하면 절대 가격 흥정을 하지 말라고 당부까지 하면서 매수인과의 통화를 해서 확인까지 시켜주었다.

그런데 그 때 은행 콜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내가 감정평가비를 보냈던 계좌가 이상하다는 것이다.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업자등록증을 자세히 보니 위조한 흔적이 보였다. 그렇게 하여 나는 완벽하게 보이스 피싱을 당했다. 은행 콜센터 덕분에 바로 지급정지를 하였다. 다행히 그 돈은 인출되지 않고 있었다. 1년에 걸친 형사고소와 민사소송을 통해 그 돈을 되찾을 수 있었다. 경찰에 신고했을 때 “변호사님도 당하셨어요?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당하는 수법이네요”라는 말을 듣고 한 번 더 창피했던 기억이 난다.

 

범죄조직은 개인 휴대폰에 악성코드를 심어 휴대폰 정보를 해킹해 범죄에 사용하고 있고 개인정보가 헐값이 거래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도 휴대폰에 은행 보안카드를 찍어 저장하고, 자신과 가족의 계좌번호, 비밀번호, 인터넷뱅킹 인증번호까지 정리해 보관하고 있다.

 

보이스 피싱은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갑자기 일어난다. 이를 사전에 예방하는 확실한 방법은 없다. 일단 피해가 발생하면 경찰에 신고를 해도 소용이 없다. 전화번호는 대포폰이라서 추적이 안된다. 대포통장도 서류를 위조해 만든 유령회사의 계좌이다. 지급정지 되지 않는 한 인출되어 사라진다.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는 확실한 방법은 없다.

일단 돈을 보내야 될 상황이면 “혹시나 보이스 피싱?” 이라는 생각을 해보자. “잠깐만요” 라고 대답하고 생각해 볼 시간을 가져라. 그리고 경찰이나 주변에 물어보라. 이것만으로도 피해의 대부분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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