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란 아무리 친해져도 언제든 ‘남남’이 될 수 있다. 성경에도 부모자식은 수족과 같은 존재이나 아내는 의복과 같은 존재라고 되어 있다고 한다. 수족은 함부로 잘라내기가 어려운 일이지만 의복은 맘에 들지 않으면 얼마든지 갈아입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삶에서 부모 자식 사이의 관계를 끊는 일은 어렵지만 파혼이나 이혼, 연인 사이의 이별 같은 것은 흔하다.
그런데 이러한 이별에는 경제, 인간적 고통이 따르게 된다. 성격차이로 인한 부적응을 경험하게 되고 인간적인 배신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혼 이후에는 결혼해서 낳은 자식들에 대한 친권과 양육의 책임이 따르게 된다.
2008년부터 친양자 제도가 신설되었다. 단순한 입양의 경우에는 관계를 종결하는 파양이 비교적 쉽다. 서로 협의하여 파양을 하고 양자관계를 끝낼 수 있고, 재판을 통해서 파양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친양자로 입양한 경우에는 파양이 쉽지 않다. 재혼하는 여자가 데리고 온 아들을 친자식처럼 키워주기로 하고 재혼을 한 남자가 있었다. 몇 년이 지나지 않아 혼인생활이 파탄이 나면서 이혼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부부 사이의 관계를 끊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재혼하면서 처의 요구대로 전남편과의 사이에 태어난 아이를 자신의 친자식처럼 친생자로 입양하여 성과 본을 바꿔놓은 것이 문제가 되었다. 절대 헤어지지 않기로 하고 전 처의 자식도 친자식처럼 키워주겠다고 맹세했지만 처와 이혼하게 된 이상 그 이들이 예쁠 리가 없다. 처와 이혼을 하였으므로 아들도 ‘파양’을 해서 친생자 입양관계를 끊어야겠다고 생각한 남편은 법원에 파양 청구를 하였다. 그러나 법원에서는 마음대로 파양을 할 수 없다고 판결하였다. 그 이유는 친생자로 입양한 경우 파양을 하려면 법에서 인정하는 파양 사유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사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민법에서 정한 친양자의 파양 사유는 “양친이 친양자를 학대 또는 유기하거나 그 밖에 친양자의 복리를 현저히 해하는 때, 친양자의 양친에 대한 패륜행위로 인하여 친양자관계를 유지시킬 수 없게 된 때”밖에 없다.
이혼을 했다고 하더라도 친양자가 아버지를 패거나 칼로 찌르는 등 패륜행위를 하지 않는 이상 파양은 불가능하다. 일반 입양은 협의 하에 파양할 수도 있지만 친양자는 협의하여 파양을 할 수 없다. 친양자와 양친이 파양하자고 서로 합의하고 법원에 가서 파양을 신청해도 법원에서 파양을 인정해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혼을 해서 부부는 남남이 되었지만 남이 된 처의 아들은 ‘남’이 될 수 없고 죽을 때까지 아들로 남아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된다. 이혼한 처는 상속권이 없지만 같이 살지 않아도 친아들로 남아있게 된 아들은 재산도 상속받게 되는 자식의 지위를 가지게 된다.
재혼을 하는 것은 자유이다. 그러나 전 처의 자식을 친자식처럼 친양자로 입양하는 것, 파양하는 것 모두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법원이 허가하지 않으면 친양자를 떼어 버릴 수도 없다는 것은 심각한 후유증이 될 수 있다.
친자식을 낳으면 평생 자식이 어디가는 것이 아니다. 마에 들지 않는다고 정을 떼고 ‘호적에서 파내는 것’이 불가능하고 법원에 자식이 아닌 것으로 해 달라고 부탁해도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 친자식이 패륜행위를 하면 상속결격자가 될 뿐 자식관계를 단절할 방법이 없다. 친양자가 먼저 부모를 죽이려 하는 등 패륜행위를 하여 파양되지 않는 한 그 고리를 끊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글 이재구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