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기간 만료 시 임차인이 건물을 임대인에게 명도하지 않으면 매월 월세의 10배를 위약금으로 배상한다고 약정하거나 일정한 계약 조건을 위반할 경우 10억원을 위약금을 배상하여야 한다고 약정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이는 건물 소유자나 채권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 조항이다. 만약 계약이 종료되었는데 건물을 명도하지 못하거나 계약 내용을 위반하는 경우 위 약정금액 전체를 배상해 주어야 할까?

계약을 체결할 때 위약금을 미리 정하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이유는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도록 부담을 지우기 위한 경우, 즉 채무자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미리 정해 놓은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을 가하기 위한 경우이다.

둘째 이유는 채무자의 계약불이행시 손해배상 예정금을 미리 정해 놓고 나중에 채무불이행이 발생하였을 때 손해배상액을 둘러싼 분쟁을 없애고 간편하게 손해배상을 받기 위한 것이다.

위약금 약정이 위 두 가지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첫 번째 목적으로 위약금 약정을 하는 경우 위약벌이라고 하고, 둘째의 목적으로 위약금을 정하는 경우를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라고 구별한다.

두 가지 약정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감액이 허용되느냐 여부이다. 민법 제398조 제3항은 손해배상의 예정액이 부당히 과다한 경우에는 법원이 적당한 금액으로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손해배상액의 예정에 대하여만 적용되고 위약벌에 대하여는 적용될 수 없기 때문에 위약벌 약정이냐 손해배상액 예정의 약정이냐는 소송에서 매우 중요한 쟁점이 된다.

민법 제398조 제4항은 위약금 약정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약금 약정이 위 두 가지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 위 규정에 따라 손해배상액 예정으로 추정된다. 위약금을 둘러싼 분쟁을 예방하기 위하여는 위약금 약정을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계약서에 위약벌이라는 뜻을 분명히 기재하거나 미리 제소전 화해를 통해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글 이재구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