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억울한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법률 세계에도 억울한 경우는 많다.
채권자 평등주의라는 말은 모든 채권자는 우선 순위가 없다는 말이다. 급하다고 먼저 변제해 달라고 요구할 권리가 없다는 말과 같다.
“저는 아들이 교통사고로 사망하여 받은 보상금을 빌려주었어요.”
“저는 노점을 해서 10년은 모은 돈을 빌려주었어요”
“저는 당장 월세를 내야 하는데 급하다고 해서 빌려주었어요. 이 돈이 없으면 당장 집에서 쫓겨나야 해요”
돈을 빌려준 채권자들은 모두 자신이 급하고 억울하다고 하소연할 것이다.
그러나 채권자들 중 누구의 채권을 먼저 변제하도록 해야 하는지 판단해 줄 원님과 같은 존재도 없다.
이렇게 채권자들의 권리를 균등하게 하는 것이 채권자 평등주의이다.
그런데 실무에서는 이러한 채권자 평등주의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실제로는 먼저 집행하는 채권자가 우선이다. 채무자가 받을 돈이 있는 것을 알았다면 먼저 압류하고 추심하여 받아가는 최고다. 먼저 채무자의 재산을 찾아내서 압류하고 경매를 하거나 추심명령, 전부명령을 받는 채권자가 우선 변제를 받게 된다.
그렇다면 “권리 위에 잠자는 채권자”보다 먼저 집행하는 채권자가 우선 변제받는 결과가 된다. 이러한 결과는 채권자 평등주의에 반하는 것은 아니라고 볼 수 도 있다. 여러 명의 채권자들이 채무자 재산에 압류를 하게 되면 압류가 여러 개 중복될 것이고, 이때에는 채권자들끼리 채무자의 재산을 평등하게 나누어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동일한 채권을 가진 채권자들 사이에서도 평등하지 않은 결과가 생기는 경우도 볼 수 있다.
처가 계주가 되어 계원들의 돈을 떼어 먹은 사건이 있었다. 채권자들이 남편을 찾아내 돈을 대신 갚으라고 요구를 하였다. 그 중 한 채권자가 제일 먼저 계주의 남편을 찾아서 연대보증 각서를 받았다. 그 후 다른 채권자들이 남편을 찾아가서 남편이 가지고 있는 재산을 내 놓으라고 하여 계주의 남편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채권을 다른 채권자들에게 넘겨준 사례가 있었다.
먼저 연대보증 각서를 받은 채권자가 다른 채권자들을 상대로 사해행위를 했다고 주장하면서 소를 제기했다. 결국 다른 채권자들은 넘겨받은 채권을 원위치시키라는 판결을 받았다.
모두 같은 채권자들이었지만 먼저 채권자가 된 사람은 나중에 채권자가 되거나 재산을 넘겨받은 사람들을 상대로 사해행위 소를 제기하여 승소한 것이다. 같은 채권자들끼리 이런 억울한 경우를 당하게 될 수도 있다. 이 때는 채권자 평등주의가 무의미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