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비난하는 것 -링컨의 후회
이재구변호사
2,903
16.04.19

아브라함 링컨은 어린 시절에 장난이 심하여 남을 비난하는 글을 써서 흘려 놓고 읽어보게 하는 습관이 있었다. 링컨은 변호사가 되어서도 나쁜 습관을 버리지 못하였다. 그는 가끔 익명으로 남을 비난하는 글을 신문에 싣기도 했다.

1842년 가을 링컨은 허영심이 강하고 싸우기를 좋아하는 제임스 쉴즈를 조롱하는 글을 익명으로 스프링필드 저널에 기고하였다. 쉴즈는 조롱을 받게 되자 괴로워하였고 익명의 투고자가 링컨이라는 것을 알고 링컨에게 목숨을 걸고 하는 결투를 요구하였다. 링컨은 생사의 결투를 원하지 않았지만 거부할 수도 없었고 돌이킬 수도 없었다.

링컨은 미국 사관학교의 졸업생을 찾아가 검술 교습까지 받았다. 결투의 날이 다가왔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필자는 원주시 선거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의 자격으로 개표절차에 참여하였다. 2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원주의 경우 출구조사 결과 모두 2%차로 야당이 지는 것으로 나왔다. 지난 번 선거에서는 출구조사에서 이겼던 송기헌 후보가 개표결과 패하였기 때문에 이번에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개표 종반까지는 도저히 결과를 알 수 없었다. 출구조사 결과 2%로 앞섰던 김기선 후보는 마지막까지 권성중 후보에게 밀리고 있었고 거의 투표가 끝날 즈음 대충 개표결과를 확인한 지지자들이 권성중 후보의 당선을 확신하고 꽃다발까지 걸어주었다고 한다. 결국 김기선 후보가 당선이 되었고 당선증을 받으러 온 김기선 후보는 얼마나 힘들게 개표결과를 지켜보았던지 긴장했던 기색이 역력히 보였다.   

링컨의 얘기로 돌아가 보자. 링컨과 쉴즈는 미시시피 강가에서 대면했다. 결투가 시작될 무렵 입회인들의 적극적인 중재로 생사의 결투는 중단되었다. 링컨은 겨우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누군가가 죽거나 죽임을 당할 위험한 고비를 겨우 모면하게 된 링컨은 크게 후회하였다. 링컨은 그 이후에는 두 번 다시 상대를 모욕하는 편지를 쓰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조롱하지 않았다. 또한 어떤 일로도 타인을 비난하지 않았다.  

미국 남북전쟁 당시 링컨은 포토맥 지구에서 여러 장군이 모두 비참한 패배를 거듭했고 무능한 장군을 모두가 비난하고 있었지만 링컨은 침묵을 지켰다.

1863. 7월 남북전쟁의 막바지에 달하였을 때 게티스버그 전투가 벌어졌다. 미국 역사상 가장 훌륭한 장군으로 꼽히는 남부의 리 장군이 전술판단을 잘못하고 정면돌격을 했으나 실패하고 말았다. 7월 4일 밤 리 장군은 폭풍우가 몰려오자 남쪽으로 퇴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포토맥 강의 물이 불어나서 건너기가 쉽지 않았다. 링컨은 그 사실을 알고 리 장군을 생포하여 전쟁을 끝낼 기회라고 생각하고 미드 장군에게 작전회의를 하지 말고 리 장군을 바로 공격하라고 명령하였다. 링컨은 편지를 보내 성공하면 모두 미드 장군의 공로로 하고 지면 편지를 공개하여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라고 하였을 정도였다.

그런데 미드 장군은 링컨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그는 작전회의를 소집했고 시간을 지체하면서 온갖 변명으로 공격명령을 거부하였다. 결국 강물이 줄어들고 리 장군은 무사히 퇴각하고 말았다. 링컨은 격노했다. 링컨은 그 자리에서 격노하여 원망하는 편지를 썼다. 하지만 미드장군은 그 편지를 읽지 못했다. 링컨이 편지를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편지는 링컨이 죽은 다음 그 서류함에서 발견되었다. 그는 날카로운 비판과 책망이 쓸모없는 짓이라는 것을 쓰라린 경험을 통해서 배웠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가 끝이 났다. 선거의 결과를 놓고 서로를 비방하거나 책임을 돌리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 책임을 따지고 비방하거나 과거에 집착하는 것도 필요하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가 링컨의 후회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이 있다. 필자는 국가의 장래를 생각하는 후보자들이나 정치권에게 꼭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책임을 묻는 편지를 써서 보내겠습니까, 아니면 써야할 편지를 서류함에 넣고 참겠습니까?”

링컨이 후보자들의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보자.


글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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