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법을 피하는 방법
이재구변호사
3,154
16.10.11

며칠 전 모임에 갔더니 누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큰 파장을 일으킨 란이 무엇인지 아냐고 하면서 임진왜란, 병자호란을 언급했다. 그리고는 이에 버금가는 것이 김영란이라고 농담을 하였다.

최근에는 휴대폰 애플리케이션 중 김영란법의 시행에 맞추어 식사와 선물, 경조비 내역을 관리하는 프로그램도 많이 나왔다고 한다. 더치페이 계산기능을 탑재하고 그 동안 내가 산 금액과 내가 받은 금액을 합산할 수 있게 한 것이라고 한다.

 

김영란법이 제정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사건은 2011년 ‘벤츠 여검사 사건’이다.

2011년 현직 여검사가 변호사로부터 사건 청탁을 대가로 벤츠 자동차와 샤넬가방 등 고가의 선물을 받았다. 그러나 결국 내연관계에 있는 사람들끼리 주고받은 선물일 뿐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현직 여검사가 거액의 금품을 수수하고도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다’는 이유로 혐의를 일부 벗거나 무죄판결을 받게 되자 공직자의 부정부패 방지 법안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커지게 되었다.

 

최근 모 연구원에서 펴낸 김영란법 위반을 피하는 방법을 보니 가관이다.

제자나 부하에게는 물 한잔도 얻어먹지 마라. 스승이나 상급자에게는 물도 한잔 사지 마라. 차도 같이 타고 다니지 마라.

 

그런데 이런 행동 수칙 중 재미있는 것이 있었다.

“계속적인 거래가 오갈 수밖에 없다면 사귀어라”

대법원이 벤츠 여검사 사건에서 애인 사이에서는 예외가 있다고 판결한 것을 빗댄 것이다.

직무관련자와는 애인 관계로 사귀는 게 김영란법을 회피하는 최선의 방법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애인임을 인증받기 위해서는 CCTV 앞에서 키스하거나 모텔에 함께 입장할 필요도 있고 상대가 동성이라면 커밍 아웃도 감수하라는 것이었다.

 

벤츠 여검사 사건 때문에 김영란 법이 생긴 것인데 결국 김영란 법을 피하려면 벤츠 여검사가 되라는 것인가?

 

이른바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고 있다. 신고로 인해 공익을 증진한 경우에는 포상금이 지급된다. 직접적인 수입의 회복, 증대나 비용의 절감을 가져온 경우에는 보상금이 신고자에게 지급되기 때문에 김영란법을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김영란법의 적용대상이 되는 공직자뿐만 아니라 공직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을 몰래 캐고 다니는 파파리치들 즉 ‘란파라치’들이다.

 

김영란법을 위반한 경우는 형벌이나 과태료만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위반자에 대한 징계가 행해져야 하기 때문에 신고의 위력은 생각보다 막강하다. 김영란 법의 적용대상자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법이 아니라 란파라치들이고는 기사를 보면서 필자는 한심한 생각이 든다.

 

결국 김영란법을 지키자는 말이 아니라 피하는 방법, 김영란법을 무서워하는 것이 아니라 파파라치를 피하는 방법을 이야기하고 있고, 파파라치를 양성하는 학원이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원래 제대로 된 나라라면 법이 없어도 지식과 양심에 따라 규칙을 지키고 공무원으로서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원칙이다. 정약용이 목민심서에서 목민관의 자세를 기술한 것도 바로 그런 원칙을 강조하는 것이다.

 

김영란법이 만들어진 것은 이러한 사회적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병폐와 공직 사회의 투명성이 확보되면 김영란법은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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